야구 | 서른 살 신인 하재훈 “마흔세 살까지 야구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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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작성일19-06-04 02:00 조회72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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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새로운 ‘수호신’ 하재훈은 1990년생, 우리 나이로 서른이다. 그런데 그는 올해 KBO리그에 데뷔했다. 2009년 마산용마고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갔고, 지난해까지 10년간 한국을 떠나있었다. 7년간 미국에 머물며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까지 올라갔다. 빅리그 무대는 밟지 못했다. 2016년 일본으로 건너가 야쿠르트 스왈로스에 입단했다. 거기서도 정착하지 못했다. 결국 올해 한국에 들어왔다. 그래서일까. 최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하재훈은 “한국이 외국 같다. 마치 용병(외국인 선수)이 된 기분”이라며 “이 시기에 한국에 있는 건 10년 만이다. 한국의 봄이 새롭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하재훈에게 올해는 야구 인생의 터닝포인트다. 해외 생활을 정리하면서 20여년간 잡았던 방망이를 내려놓고, 대신 투수 글러브를 끼었다. 2014년 투수 훈련을 한 적이 있지만, 정식 투수가 되려고 했던 건 아니다. 지난해 8월 해외파 트라이아웃에도 투수로 나서지 않았다. 그런데 SK가 ‘투수 하재훈’을 지명했다. 그는 “투수도 좋지만, 타자를 더 하고 싶었다. 방망이를 놓기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올 시즌이 아직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하재훈의 투수 전향은 성공적이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볼에 느린 커브를 섞어 던지면서 타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마무리 투수 보직까지 꿰찼다. 하재훈의 기록(3일 기준)은 4승(1패), 13세이브, 평균자책점 1.29다. 세이브 순위는 4위, 1위 조상우(키움 히어로즈·17세이브)와는 4세이브 차다.
하재훈은 “투수 전향이 결과적으로는 잘됐다”며 “타자는 본인이 못 쳐도 이어 나오는 타자가 안타를 날릴 수 있다. 그런데 투수는 마운드에 올라가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그런 부분이 오히려 재밌다”고 말했다. 마운드에선 입을 굳게 다문 채 무표정한 하재훈인데, 인터뷰 때는 활짝 웃었다. 그는 “원래 잘 웃는 편이다. 하지만 마운드에선 기 싸움을 해야 하니까 웃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투수 1년 차지만, 멘털은 10년 차 같았다.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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