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좀비 맞선 억척 임산부 역 엄지원 "뻔한 모성애 연기는 싫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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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2-14 22:00 조회1,13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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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재미를 붙인 좀비물이 ‘워킹데드’였어요. 사람이 그런 기괴한 동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죠. 좀비 머리에 총을 쏘는 잔혹한 묘사가 충격적이지만 신선했어요.”
13일 개봉한 좀비 코미디 ‘기묘한 가족’(감독 이민재)으로 개봉 전 만난 주연배우 엄지원(42) 얘기다. 좀비란 죽었다가 되살아난 시체. 떼 지어 다니며 사람을 물어 좀비로 만든다. 원래 좀비물을 즐기느냐고 했더니 그는 ‘월드워Z’ ‘웜바디스’ ‘부산행’ 등 이제껏 본 좀비 영화 제목을 줄줄댔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는 “시즌1을 앉은 자리에서 다 볼 만큼” 빠졌단다. 이번 영화는 “좀비의 전형성을 벗어난 귀엽고 엉뚱한 정서가 좋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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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한데 내추럴하지 않은 자연스러움"
“감독님은 제 영화 ‘소원’(2013) 같은 시골 여자 느낌을 생각하셨는데 그건 이미 해봤잖아요. 동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 모습은 뭘까, 하며 피부 톤을 그을리고 기미 분장을 했죠. 뽀글머리는 여의도에 유명하단 가발 집을 찾아가서 온갖 피팅을 다 해보고 겨우 찾아냈어요. 내추럴한데 내추럴하지 않은(웃음) 이상한 자연스러움을 바랐거든요. 충북 보은에서 한 달간 촬영했는데 동네 시장에서 조끼도 사 입었죠. 충청도 말투를 익히려고 배우들과 평소에도 사투리로 대화했고요. 망가진단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어요. 상상했던 인물에 근접하게 만들어가는 작업이 즐거웠어요.”
그는 “사실 남주 같은 면이 작게나마 제 안에도 있다”며 웃었다. “영화 전체에서 남주 대사가 A4 용지로 다 합쳐도 한장이에요. 말하기가 귀찮아서 안 한단 설정인데 실제 저도 말수가 적거든요. 극 중 남주처럼 평소 신경 안 쓰면 팔자로 걷는 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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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소모 많았던 '미씽' 이어 코미디로 힐링"
가장 좋았던 장면으론 후반부 좀비 떼가 춤을 추는 아수라장 속에 폭죽이 터지는 장면을 들었다. “생존이 달린 순간인데 빛을 바라보는 남편 준걸(정재영), 시동생 민걸(김남길), 해걸(이수경)의 얼굴이 다 너무 순수한 표정인 거예요. 동화 같고, 축제 같은 모멘트였죠.”
사실 그에게 이런 독특한 작품이 처음은 아니다. 성인들의 섹스 판타지를 코믹하게 그린 영화 ‘페스티발’(2010), 자신이 조선의 국모라 주장하는 푼수 데기 무당 역을 맡은 ‘박수건달’(2012)이 있었다. 판타지 공포물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2015)에선 기이한 비밀을 감춘 기숙학교 교장 역으로 인상을 남겼다. 그에게 연기의 매력은 “작품마다 다른 인물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여러 장르를 뒤섞고 비튼 이번 영화가 “호불호가 갈릴 줄 예상했으면서도” 출연한 이유다.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2016) 이후 비슷한 작품이 연달아 들어왔어요. ‘기묘한 가족’은 결이 확연히 달랐어요. 감정 소모가 많았던 전작들과 달리 웃음이 많아 더 좋았죠. (시아버지 역) 박인환 선생님, 재영 오빠처럼 좋은 선배님들과 가족으로 나온단 것도 끌렸어요. JTBC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2012) 때 선배님들과 가족 연기를 하며 정말 따뜻했고 많이 배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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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부진…좀 더 화제성있는 배우였다면"
동시간대 경쟁작에 비해 부진한 시청률을 언급할 땐 눈시울이 잠시 붉어지기도 했다. “제가 조금 더 연기를 잘하면, 좀 더 화제성 있는 배우였다면 작품이 더 빛을 발했을까…. 제가 일을 일찍 시작했잖아요(그는 20대 초 TBC 대구방송 공채 리포터로 방송에 데뷔, 1998년 TV 시트콤 단역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사랑하는 연기를 계속한다는 게 행복하고 감사하지만, 제가 부족하게 느껴질 때도 많거든요. 선배님들이 연기는 할수록 어렵다고 하시는 말씀을 예전엔 잘 몰랐는데 지금은 알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선택의 폭이 점점 좁아져 배우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올까” 두려울 때가 있다고도 털어놨다. 그러면서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대신 직접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기획 중인 작품이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부터 준비하고 있으니까 내년쯤은 알게 되실 거예요. 최대한 오랫동안 사랑하는 배우 일을 하기 위해, 저 자신의 한계치를 깨부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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