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 [아일랜드 이야기] 그림 그리고 싶었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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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엘리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1-23 14:52 조회1,49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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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교실에 내 그림이 교실 뒤에 붙어있곤했다.
초등학교 6 학년때는 우리반에 갑자기 어디서 전근 온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
그 여자아이와 내 그림이 언제나 앞을 다투어 붙여졌다. 그 여자아이는 아버지가
당대 유명한 만화가 박기당씨였다. 키가 작고 귀엽게 생긴 박기당씨의 딸이 나와 한
반이었는데 미술시간이면 선생님이 내 그림과 그녀의 그림을 뽑아갔다.
나는 그녀의 백그라운가 너무나 부러웠다. 우리 아버지도 그림을 무척 그리고
싶어했다는데 그 뜻을 이루지 못했고 나도 그림을 무척 그리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상 그림그린다는 말은 입 밖에도 꺼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뿐만아니라
우리 가족중 아무도 내가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내왔다.
고등학교 시절에 슬픈 이야기가 있다.
어느날 학교 복도를 걷다가 미술반 옆을 지나치는데 내 그림이 미술반에
붙어있다. 나는 깜짝 놀라 내 눈을 의심하면서 다시 보아도 분명히 내 그림인데
다른 아이의 이름이 그 밑에 붙어있다. 나는 그때 미술반 문을열고 들어가 내
그림을 당장 집어 왔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슬피 울면서 집으로 걸어가면서
두 주먹을 굳게 세우며 언젠가는 내가 꼭 그림을 그리고 말리라는 다짐을 했었다.
지금 같으면 미술 선생을 고소를 해서 내 정신적 피해의 보상을 다 받아 내겠건만.
그때 우리아이들은 선생이 무서웠고 자유스럽게 소통하지 못했다. 나는 자존이
상한 것은 물론이고 억울해서 꺼억꺼억 울면서 집으로 갈 뿐이었다. 더우기 내 이러한
사정을 우리 집에서 안다한들 아무도 나서서 학교로 달려갈 사람이 없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렇게 내 그림을 도둑질 해간 선생이 고맙게 여겨진다.
그때 가졌던 분노의 칼이 지금 내 화실에서 부드러운 붓으로 다스려지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가!
그림 그리고 싶었던 아이는 이제 매일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속에 빠져 나올 줄 모르는
미아처럼. 그래서 너무 행복한 아이. 그 아이는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그림을 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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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ch Drive 2017 조금 더 손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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