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 곱창에 차돌박이·삼겹살까지…이것 떡볶이 맞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1-28 09:31 조회1,988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https://joinsmediacanada.com/data/file/life/1178906139_tCQAWPzO_1b8d9411-0b32-4f32-b4e6-d70de730a2c5.jpg)
서울 마포구 홍대 앞에 위치한 즉석떡볶이 전문점 '부루스타'의 차돌박이 떡볶이와 갈릭 버터 감튀(감자튀김), 맥주. 장진영 기자
1996년 DJ DOC가 발표한 노래 ‘허리케인 박’의 노랫말이다. 없는 돈에 그녀에게 잘 보이려 세련된 즉석떡볶이 집을 찾아갔던 남자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예나 지금이나 즉석떡볶이 집은 길거리 포장마차 떡볶이 집과는 달리 세련된 분위기가 있다. 특히 요즘 즉석떡볶이 집은 SNS세대인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인테리어 비주얼을 갖추고 있다. 독특한 재료들을 사용하는 메뉴도 눈에 띈다.
지난 수요일 홍대 앞 ‘또보겠지 떡볶이’ 깐따삐아점을 찾아가 봤다. 이 브랜드는 현재 홍대 앞과 신촌 일대에 5개의 매장이 들어서 있다. 저녁 7시쯤이었지만 이미 대기 순번은 5번째. 실내는 작은 테이블 8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을 만큼 작았지만 벽에는 온통 애니메이션 영화 포스터와 인형들로 가득했다. SNS용 사진을 찍으면서 20~30분 정도는 너끈히 기다릴 만했다.
오빠가 빽은 못 사줘도 떡볶이는 사줄 수 있어. 즉석 떡볶이 전문점 '부루스타' 실내에는 위트 네온사인 글이 적혀 있다. 장진영 기자
무엇보다 이 집의 독특함은 메뉴에서 빛난다. 이름 하여 ‘곱창치즈 떡볶이’와 ‘차돌박이 떡볶이’다. 떡볶이 매니어라는 부루스타 본점 최용수(33) 사장은 전국의 떡볶이 맛집을 순례했다고 한다. 네온사인의 ‘오빠’ 문구도 실제로 지금의 아내에게 자주 했던 말이라고 한다.
홍대 앞 즉석떡볶이 전문점 '부루스타'의 인기메뉴인 차돌박이 치즈 떡볶이. 비엔나 소시지는 기본 으로 넣어주는 재료다. 장진영 기자
홍대 앞을 중심으로 한 요즘 즉석떡볶이 전문점에선 갈릭 버터 소스를 듬뿍 올린 '감튀(감자튀김)'를 사이드 메뉴로 즐겨 먹는다. 장진영 기자
가격은 좀 세다. 차돌치즈 떡볶이 2인 1만8000원, 감튀 5000원, 떡볶이의 영원한 친구 ‘쿨피스’ 큰 것이 2000원, 여기에 볶음밥 2500원까지 추가하면 총 2만7500원이다. 웬만한 부대찌개 한 끼보다 비싸다. 최용수 사장은 “떡볶이도 요리가 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두고 새로운 재료들을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석떡볶이 브랜드 '두끼'는 뷔페형 식당으로 손님이 각자 원하는 재료를 골라 '나만의 떡볶이'를 만들어 먹는 게 특징이다. 서정민 기자
네이버 카페 ‘떡볶이의 모든 것’을 10년간 운영해온 김관훈(41) 대표가 4년 전 박도근 대표와 함께 창업한 브랜드로 현재 전국에 160개, 동남아에 20개 가맹점이 있다. 김 대표는 “두끼의 또 다른 컨셉트는 나만의 기억대로 만들어 먹는 맛”이라고 소개했다. “누구나 어려서 먹던 떡볶이의 기억과 맛이 있다. 예를 들어 나의 고향인 대구 떡볶이는 맵다 못해 쓰다. 굵은 고춧가루와 후추, 카레가루까지 넣어 강력하게 매운 맛이 특징인데 이 맛의 기억을 소환해 나만의 떡볶이를 만들어먹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두끼”라고 그는 덧붙였다.
외국인들도 두끼 떡볶이를 낯설어하지 않는다. 크림 또는 간장 소스 등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동대문 스타일인 ‘엽기 떡볶이’만큼 매운 소스와 태국식 똠양쿵 소스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즉석떡볶이 브랜드 '두끼'의 인기 사이드 메뉴인 '날개 치즈 퐁듀'. 기본 떡볶이 외 추가메뉴로 퐁듀 치즈를 주문하면 치즈를 담은 둥그런 철판을 가져와 떡볶이 냄비 위에 튜브처럼 끼워준다. 서정민 기자
지난 수요일 점심시간 두끼 종로점을 찾았더니 직장인들이 많았다 흥미로운 건 넥타이를 맨 남자들끼리 온 손님들도 여럿이라는 점이다. 직장인 곽민준, 성주원씨는 “볶음밥까지 먹으니 한 끼 식사로 든든하고 이것저것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며 "내가 직접 하니까 서빙하는 분들 눈치 안 볼 수 있어 편하다”고 했다.
물론 전통의 즉석떡볶이 집들도 여전히 성업 중이다. 서울 세화고 옆 구반포 상가에서 30년째인 ‘애플 하우스’는 지난 화요일 2시에 갔는데도 20여 개가 넘는 좌석이 꽉 찼다. 검정 줄로 연결된 크리스마스 전구 장식, 플라스틱 조화, 가림막 대신 서 있는 대나무 발, 입구의 현란한 낙서 등 실내는 촌스럽기 그지없지만 손님은 젊은 층이 대부분이었다. 유년시절의 향수 때문에 복고(Retro)를 즐기는 중장년층, 복고를 새롭게(New) 즐기는 뉴트로 트렌드에 열광하는 젊은층 덕분에 지금도 즉석떡볶이는 무한변신 중이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