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학가 산책] 백묵으로 그린 고기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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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병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8-15 16:48 조회2,22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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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수/ 시인, 소설가
우리가 볕바른 토담길에서
이 지구를 들여다볼 때
어린 시절 몰래 백묵으로 그려놓은 고기들은
지금쯤 강이나 바다로 나가 헤엄을 칠까?
이루지 못한 아득한 꿈처럼
고무신 바닥으로 황톳길에 눌러버린 눈물처럼
아니면, 우리처럼 어항에 갇혀
자라나는 수염이나 만질까?
혹은 선명한 피로 그려놓은
그 수많은 떳떳함의 손짓처럼,
벽과 벽을 넘어서 소리칠까?
뼈가 보이도록 고기들은 헤엄칠까?
분필 토막으로, 굵직하게 나타나던
뼈마디는 바다를 넘치게 한 것처럼,
혹은 비늘이 백묵 가루처럼 날려
온통 이 지구의 아이들을
콜록거리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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