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1년여 여의도 증권가 취재, '의도적 실수' 가능할 것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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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3-20 01:00 조회1,80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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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신인 감독이 총제작비 80억원 규모 대작으로 데뷔하는 사례도 드물다. 박누리(38) 감독은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 ‘베를린’ 등 조감독을 거쳐 이번 영화가 장편 연출 데뷔작. 개봉 전 만난 그는 “주식 문외한인데도 원작을 재밌게 읽었다”면서 “대단한 능력도, 재주도 딱히 없는 평범한 인물이 큰돈을 벌 기회를 잡으며 변화하는 성장 드라마에 관심이 갔다”고 했다. 원작에 바탕해 그가 각본까지 썼다. ‘신세계’‘아수라’ 등 장르물을 만들어온 사나이픽쳐스와 윤종빈 감독의 영화사 월광이 공동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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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개수 틀려 부도, 증권가 찌라시…1년여 취재
극 중 그려진 한 에피소드에선 지난해 한 증권사 직원이 100조 원어치 주식을 엉뚱하게 배당했던 사고가 연상되기도 한다. 박 감독은 “각본은 그 일이 있기 전 완성했지만, 국내외 실화를 많이 서치했다”고 했다. “매수와 매도를 착각해 몇백 억원 타격을 입고 부도난 회사, 금액에 0 하나 잘못 찍어 망해버린 브로커도 있더라. 영화 속 상황은 제가 상상한 픽션이지만, 금융범죄 처벌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의도적 실수가 아예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극 중 금융사 감사 과정에서 직원들의 메신저 등 개인정보가 누출되는 장면도 실화가 토대다. 감독은 “직원들의 불륜관계 ‘찌라시’가 한바탕 휩쓴 적이 있다더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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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 같은 주식 거래 '게임하듯' 표현
주식은 해봤나.
“이번 영화 결정하고 취재한단 생각으로 100만원 좀 안 되게 해봤다. 멋모르고 조금 벌었을 땐 숫자 올라가는 게 제 손에 그 돈이 잡힌 듯했는데, 며칠 뒤 마이너스로 떨어지니 허무했다. 돈이 숫자에 불과하단 생각을 했다.”
주식을 잘 모르는 관객도 극 흐름을 이해하기 쉬운 편인데.
“어려운 설명은 극 흐름에 방해가 돼 최대한 배제했다. 대신 주식 거래 중 일현의 표정이나 손가락 떨림 같은 반응, 음악, 사운드로 상황을 쉽게 느끼도록 유도했다.”
일현이 몇백억대 주식 거래를 위해 컴퓨터 ‘클릭질’에 핏발 세우는 모습은 흡사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 같더라.
“오락을 하듯, 정해진 시간 안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잡기 위해 맹목적으로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돈의 크기는 나중에나 실감하는 것이다. 류준열씨 얼굴과 손가락이 ‘열일’했다. 홍재식 촬영감독이 인물과 같이 숨 쉬듯 밀착해서 표현해줬다.”
일현 역에 류준열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고.
“준열씨는 어떤 장소, 공간이든 자연스레 녹아드는 배우다. 장편 데뷔작 ‘소셜포비아’부터 새로웠다. 게임 회사 오너로 주연 맡은 드라마에선 작품 전체를 읽는 듯이 연기하더라. 일현을 다채롭고 풍부한 캐릭터로 만들어줬다. 극 중 그가 축구선수 손흥민을 언급하는 장면은 실제 두 사람이 친분 있는 줄도 모른 채 썼는데 대본을 본 준열씨가 신기해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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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브로커 출신 원작자, 주인공과 닮아
그는 영화의 시작과 끝을 특히 눈여겨봐달라고 했다. 첫 출근길에 회사 건물을 설렌 표정으로 올려다보던 일현이 3년여 큰 사건을 겪은 뒤 어떻게 변했는지 말이다. 인파에 묻혀 지하철 차창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미소는 "관객 저마다의 돈에 대한 관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듯하다"고도 했다.
“저한테 돈은… 월세 낼 때랑, 아메리카노냐, 라떼를 마실 것이냐 몇 백원 차이를 고민할 때 가장 실감 나죠. 돈이 삶의 수단이지 목적이 되면 안 될 것 같아요.” 박 감독의 말이다.
“‘첨밀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처럼, 장르를 떠나 인물이 시대와 같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영화들을 좋아해요. 그런 영화들을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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