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 [사소하지만 궁금한 스타일 지식] 44·55 사이즈, 대체 무슨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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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0-04 12:04 조회5,12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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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20대 여성 평균 체격에서 유래
최근 실제보다 사이즈 줄여 표기
이어지는 '허영의 사이즈' 시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이 두자리 수는 1981년 제정된 표기법에서 나왔다. 80년 한국 20대 성인 여성의 평균 키와 가슴둘레 숫자인 155cm·85cm의 두 끝자리 숫자를 조합해 평균 기호 '55'로 설정했다. 다시 말해 55가 기준점이라는 얘기다. 55를 기준으로 삼아 키는 5cm 간격으로, 가슴둘레는 3cm 간격으로 더하고 빼면서 44부터 88까지 만들고, 그 사이사이 43이나 87같은 세부 사이즈를 넣어 모두 15개 사이즈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표기는 더이상 공식적인 사이즈 체계가 아니다. 80년대 후반 이후 여성의 평균
체격이 급격히 달라진 탓이다. 90년 정부는 의류 사이즈에 직접 신체치수를 기재하도록 의류업체에 권고하기 시작했다. 당장 옷 안감에 붙은 라벨에서 볼 수 있는 '88-70-165(가슴둘레-엉덩이둘레-신장)/64-90(허리둘레-엉덩이둘레)' 같은 숫자 나열형이나 'S/M/L'과 같은 영어 철자형을 말하는 것이다(한국의류학회지 '국내외 여성복 사이즈체계 비교 연구').
그럼에도 아직 많은 소비자들이 44~77 사이즈를 더 즐겨 쓴다. 제 아무리 신체 치수가 있다한들 내 가슴·엉덩이 둘레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S/M/L인 경우에도 S는 44와 55사이, M은 55와 66사이로 통하는 게 일반적이다. 2005년부터 여성복에 보통 체형(N형), 엉덩이가 큰 체형(A형), 엉덩이가 작은 체형(H형) 등의 표기법을 도입했지만 이 역시 크게 대중화되지 못했다.
먼저 미국 여성복은 0부터 12까지 짝수 단위로 올라가는 숫자 표기와 'XS, S, M, L, XL' 등 기호 표기가 있다. 보통 사이즈 2는 S, 4·6이 M, 8·10은 L로 환산한다.우리나라와 비교해보면 2는 S(44)사이즈, 4와 6은 M(55)사이즈, 8과 10은 L(66)사이즈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이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더 세분화 되어 있다. 타임지에 따르면 39년 유럽보다 일찍 기성복 사이즈를 체계화한 미국은 당시 무려 58개의 유형을 만들 정도였다. 현재 미국 여성복 브랜드 중엔 신장 161cm 이하를 위한 P(Petite) 사이즈와 176cm 이상을 위한 T(Tall) 카테고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또 통통한 이들을 위한 플러스(Plus) 사이즈가 있고, 바지 역시 다리 길이에 따라 'S/R/T'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각각 Short/ Regular/ Tall을 의미한다. (미국 캐주얼 브랜드 J Crew 사이즈 참조).
패션 강국 이탈리아의 여성복 사이즈는 51년 막스마라가 이탈리아의 기성복 브랜드로 출발하면서 일괄 정리됐다. 창업자 아킬레 마라모티의 증조 할머니와 어머니가 대대로 재봉스쿨을 운영했던 것이 바탕이 됐다. 숫자는 36~48까지 짝수로 늘어난다. 간혹 38~40, 42~44처럼 숫자가 두 개씩 표기된 경우도 있다. 이 숫자들은 가슴둘레의 절반을 뜻한다. 가령 가슴둘레가 80cm인 사람은 가슴둘레를 1/2로 나눠 38~40사이즈를, 84cm인 사람은 42를 선택하면 된다. 프라다·미우미우 등에서 모델리스트(패턴사)로 근무했던 오정 '폴앤컴퍼니' 대표는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이 좌우대칭을 기준으로 한쪽만 패턴을 제도(製圖)하는 것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숫자는 가슴둘레가 아닌 바로 윗부분을 가리킨다. 가슴둘레가 유두를 지나는 연결선이라면 그보다 살짝 적은 치수라는 것이다.
프랑스 여성복은 언뜻 이탈리아와 비슷해 보이지만 가슴·엉덩이둘레·키 등은 물론 체형까지 고려해 복합적으로 산출됐다. 또 32~44까지 범위가 넓다. 때문에 국가별 사이즈 체계를 쉽게 전환시키는 걸 영국표준기구가 제시하기도 했다. 유럽 평균 여성의 사이즈 88-72-96㎝(가슴-허리-엉덩이)를 기준으로 영국 12, EU에선 38, 프랑스에선 40, 이탈리아에선 44, 미국에선 8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사이즈를 하나만 알면 숫자를 더하고 빼면 되는 것이다. 가령 영국 사이즈에 28을 더하거나 이탈리아 사이즈에서 2 또는 4를 빼면 프랑스 사이즈가 된다.
2015년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꼬집는 기사를 내보냈다. '지금의 8사이즈는 1958년 16사이즈와 같다'라는 제목으로 시대별 사이즈 변화를 소개하면서 '허영의 사이즈'라 명명했다. 실제로 1963년이라면 트위기는 8사이즈(79-60-83cm)를 입어야했지만 지금 기준에선 00사이즈면 충분하다.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 현재 전 세계 패션 브랜드들이 너나없이 따르고 있는 전략이다. 글로벌 SPA 브랜드인 자라·톱숍 등도 표준 치수보다 가슴·엉덩이 둘레를 크게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대한인간공학회 '유럽 의복 표준 사이즈와 여성복 적용에 관한 연구'), 2012년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사이즈 인플레이션'이라 칭하기도 했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사소하지만 궁금한 스타일 지식] 44·55 사이즈, 대체 무슨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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