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 [표영태 기자 한국 기획 취재기-3] 거리나 공원에서 마스크 안 쓰고 있으면 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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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인언론인협회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 고수분지 공원에서 마스크를 하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표영태 기자)
첨단 시스템 속 입국자 데이터 관리는 아날로그
강제하지 않아도 모두 마스크 강제하는 분위기
노상 음식점들, 어쩔 수 없이 노마스크 아이러니
입국을 할 때 4번 이상을 연락처와 주소, 자가격리 보호자 등을 기록하고 확인하고 들어왔는데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밴쿠버에서 한국으로 올 때 타고 온 항공기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나온 것이다. 해당 확진자는 본 기자가 자가격리를 하는 강서구 옆에 있는 중랑구에서 자가격리 상태였던 것 같다.
갑자기 낯선 전화가 왔다. 중랑구 보건소라고 하며 이름을 확인한 후 주민등록번호를 물었다. 캐나다 국적자라고 말하자 보건소 담당자가 왜 전화를 걸었는지를 밝혔다. 그리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냐고 물어봤다.
이에 대해 4번이나 입국 당시에 신분을 밝혔고 전화번호도 남겼고, 입국 다음날 강서구 보건소에서 검사도 받았는데 본 기자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지 않는 지에 대해 따지듯 물었다. 보건소 담당 직원이 실제로 한국이 자랑하는 촘촘히 온라인으로 관리하는 전자정부 시스템과 달리 전혀 정보가 공유되고 있지 못하다고 대답을 했다.
결국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들의 한국 내 전화번호 이외에는 아무 것도 공유되지도, 검사를 받으러 갔는 지도, 어디로 이동했는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도 휴대폰에 깔아 놓은 자가격리 앱에서는 수시로 알림이 날라왔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몇 시간 동안 기사를 작성하자 움직임이 없다고 확인을 위해 반응을 하라는 지시다. 즉 휴대폰을 놓고 몰래 외출을 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자동으로 감시 메시지가 온 것이다.
한편으로 너무 촘촘히 잘 관리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도 아날로그로 관리를 한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5일간의 추석 연휴 바로 전날 마침내 자가격리가 끝났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교도소에서도 운동도 직업 훈련도 받으러 좁은 방에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14일간 자가격리를 한 오피스텔은 마치 독방과도 같았다. 자가격리가 끝나자 출옥하는 사람처럼 바로 외출을 했다. 그냥 거리를 돌아 다녀 볼 요량이어서 마스크 없이 나왔다. 하지만 길거리를 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 그리고 마스크가 없은 본 기자를 외계인처럼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밴쿠버에서도 대중교통이나, 월마트 등 일부 대형 유통점, 그리고 병원이나 일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강제하고 있지만 그냥 거리를 다닐 때는 마스크를 착용한 적이 없어 습관이 들지 않았다.
이후로도 마스크를 잊어 버리고 외출을 했다가 다시 오피스텔로 마스크를 가지러 올라가기도 했고, 근처 편의점에서 마스크를 구매하기도 했다.
전철을 타고 이동을 할 때 전철 안내 방송에서 몇 번 전철 객차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탑승객이 있다는 안내방송도 나온다. 다음 정차역에 내려서 마스크를 구매하라고 생중계를 한다. 마치 조지 오엘의 '1984'처럼 모두가 모두에 의해 또는 CCTV의 감시를 받는다는 느낌이었다.
이런 노력이 중국에 이어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던 한국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 국가 중의 하나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밤이 되면 길거리에 있는 포장마차나 가게 앞까지 내어놓은 테이블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음식이나 술을 먹는 사람들이 지천에 깔려 있었다. 점심 시간에도 식당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이 손님들이 앉아 있어 코로나19확산을 위한 노력이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에서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닐까 싶다.
캐나다에서는 식당의 테이블도 절반 가량 사용을 못하도록 해 손님간 간격을 2미터 이상 유지하고 6명 이상 같이 앉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취한다. 이에 비해 오히려 한국의 방역조치는 허술해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좁은 땅덩어리에서 치고 받으며 살아 온 한국의 또 다른 생존모습일 수 있다.
표영태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 특집 기획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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