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 숨겨진 철로의 비밀, 밴쿠버를 만든 기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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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선물한 명물에서 6천 에이커 땅값 잭팟까지
밴쿠버의 탄생과 성장은 철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130년 전 도시 발전의 주역이었던 기차는 지금도 밴쿠버 항구의 경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축이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밴쿠버 철도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스탠리 파크의 인기 명물인 미니어처 기차는 태풍 덕분에 탄생했다. 1962년 10월 12일, 태풍 프레다가 밴쿠버를 강타했다.
시속 140km에 달하는 강풍은 스탠리 파크의 나무 3천 그루를 쓰러뜨렸고, 최소 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밴쿠버 시는 이를 "밴쿠버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폭풍"이라고 기록했다.
하지만 이 비극적인 사건은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 쓰러진 나무들을 치우자 넓은 공간이 생겼고, 이곳에 지금의 스탠리 파크 기차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둘째, 밴쿠버에 최초로 도착한 기차가 지금도 건재하다. 1887년 5월 23일, 캐나다 태평양 철도(Canadian Pacific Railway) 374호 기관차가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밴쿠버에 첫발을 디뎠다.
이 기차의 도착은 밴쿠버가 캐나다 유일의 해안 간 교통로의 종착역이 되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374호 기관차는 1945년까지 일선에서 활약하다 은퇴했지만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 예일타운의 라운드하우스(Roundhouse)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셋째, 캐나다 태평양 철도의 밴쿠버 유치 과정에는 엄청난 규모의 토지 거래가 있었다. 정부는 철도회사를 설득하기 위해 6천 에이커(734만 5천 평, 서울 면적의 40%)에 달하는 미양도 토지를 제공했다.
이는 현재 밴쿠버의 핵심 지역인 키칠라노, 웨스트 엔드, 쇼네시 등을 포함한다. 이로 인해 밴쿠버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886년 1천 명에 불과하던 인구가 1891년에는 1만4천 명으로, 1911년에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넷째, 폴스크릭의 변천사도 철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원주민들의 식량 채집지였던 이곳은 산업화와 함께 크게 변모했다.
특히 캐나다 태평양 철도는 상업적 가치가 낮았던 동쪽 절반을 매립해 거대한 철도 차량기지와 퍼시픽 센트럴 역(Pacific Central Station)을 건설했다. 이 역은 지금도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다섯째, 그랜드뷰 컷(Grandview Cut)이라는 거대한 협곡도 철도를 위해 만들어졌다. 1912년과 1913년 사이에 건설된 이 협곡은 미국에서 밴쿠버로 들어오는 그레이트 노던 철도(Great Northern Railway)를 위한 것이었다.
한동안 사용되지 않다가 2000년대 초 밀레니엄 라인(Millennium Line) 스카이트레인 노선의 일부로 다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밴쿠버의 철도는 도시의 역사와 함께 호흡하며 발전해왔다.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도시의 성장과 변화를 이끈 원동력이었다. 밴쿠버를 걸을 때마다 우리가 밟는 땅 아래에는 이런 흥미진진한 철도의 역사가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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