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편해서, 9일까지 못 기다려, 인증샷 열풍에 … 미리 찍었다
한국중앙일보 기자
입력17-05-05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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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율 26%
①촛불의 여운 한 표에 담다=회사원 정문훈(32)씨는 “수백㎞ 떨어진 투표소까지 찾아가는 재외국민들의 투표 열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인증샷 등도 영향을 줬지만 무엇보다 국정 농단 사태를 지켜보며 한 표의 소중함을 깨달은 게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허재영 연세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는 “탄핵 정국에서 높아진 정치적 효능감이 사전투표의 뜨거운 열기로 이어졌다.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이란 경험이 유권자들의 투표 의지를 높였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8~29일 전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적극투표층이 86.9%였다. 이는 지난 대선 때보다 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②본투표보다 편했다=장소 제약을 받지 않는 사전투표의 편리함을 시민들은 반겼다. 회사원 조현민(33)씨는 “주소지가 지금 사는 곳과 승용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다. 그래서 회사 근처에서 사전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홍민수(28)씨는 “사는 곳이 인천인데 기말고사 준비 때문에 다녀오는 게 부담돼 사전투표를 택했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2014년 첫 사전투표 때만 해도 ‘미리 신고해야 되느냐’ 등의 문의가 많았다. 이제는 제도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③미리 굳힌 표심 늦출 이유 없었다=미리 표심을 굳힌 유권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한 표를 행사하고 싶어 했다. 대학생 김철은(27)씨는 “지지 후보가 명확하다 보니 9일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 재외국민투표율이 75%를 넘어갔다는 뉴스도 사전투표를 결심하게 한 또 다른 이유다”고 말했다. TV토론 과정에서 지지 후보를 일찍 정하고 사전투표에 나서는 데 영향을 줬다는 시민도 있었다.
회사원 손슬기(31)씨는 “TV토론을 보면서 누가 똑똑한 인물인지 너무나 분명하게 알게 됐다. 주변에도 토론회를 보면서 마음을 굳힌 사람이 많다. 9일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높아진 정치 참여의식과 주체성이 사전투표율을 높였다. 시민들이 선관위에 감시자로 참여하는 모습 등을 볼 때 높은 사전투표율은 성숙하게 변화하는 시민정치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④인증샷 붐에 자극받다=SNS에 유행처럼 번진 ‘투표 인증샷’도 투표를 독려하는 효과를 냈다. 5일 오후까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사전투표’ ‘#투표인증’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SNS 게시물은 25만 개 이상 올라왔다. 경기도 과천에 사는 한모(29)씨는 “인증샷은 ‘다들 빨리빨리 투표해라’는 무언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주위에서 하니까 다들 더 자극받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은창완(26)씨는 “인증샷 이벤트에 참여할 생각으로 투표했다. 또 우리나라를 살리는 일이니까 SNS에 투표한 걸 자랑도 할 수 있다”고 웃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증샷은 ‘나는 투표에 참여했다’는 약간의 과시욕과 동시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효과가 있다. 인증샷 붐이 투표율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⑤황금연휴와 함께 즐기다=장소와 관계없이 투표할 수 있다는 사전투표의 장점이 최장 11일이라는 황금연휴와 맞물리면서 시너지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에 살지만 부산 광안리에서 사전투표를 한 회사원 김현우(33)씨는 “여행 중에 미리 숙제해 놓는다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박성오(29)씨도 “회사에서 5월 8일을 징검다리 휴무일로 정했다. 마음 편하게 나흘 연휴를 즐기기 위해 미리 사전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한영익·김민관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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