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의 방은 어떻게 생겼나... >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교육 | 전교 1등의 방은 어떻게 생겼나...

기자 입력14-07-27 11:12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본문

나를 믿었다 그리고 노력했다 … 어느새 전교 1등


서울 한영외고 2학년 임현진양
스톱위치 이요해 집중한 시간 체크…이젠 딴생각 거의 안해
"세계 최고로 수업 열심히 든든 학생"
공부방엔 책상 3개…용도별로 옮겨 앉으며 공부

“나 고등학교 가면 계속 전교 1등 할거야.” 임현진(한영외고 2)양의 선언에 외국인학교 교직원인 엄마 조경희(44·서초구 방배본동)씨는 코
웃음을 쳤다. 한영외고 중국어과 합격 사실을 안 지 얼마 안됐을 때 일이다. 임양은 중3 기말고사에서 처음 전교 1등을 했다.

일반 중학교에서도 마지막에 딱 한 번 해본 전교 1등 을, 날고 기는 애들이 모인다는 외고에서 줄창 한다는 게 도무지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는 거다. 무리한 목표를 잡았다가 실망할까봐 조씨는 오히려 “적당히 하라”고 딸을 달랬다. 하지만 임양은 1학년 1학기 때 진짜로 전교 1등을 했다. 우수한 학생이 모인 한영외고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 그의 책상에서 답을 찾아봤다.

임현진양 방엔 책상이 3개가 있다. 식탁엔 그날 공부할 교재를 순서에 맞춰 배열해 놓는다. 일반 책상은 개념 문제를 풀거나 공책 정리할 때 이용하고, 독서실 책상에서는 수학 심화 문제를 풀거나 암기과목을 공부한다(위부터)

○ 하루 일과
평일
5시50분 기상
5시50분~6시20분 등교준비, 아침식사(밥이나 씨리얼)
6시20분~7시30분 등교(셔틀버스서 잠)
7시30분~7시50분 미니 모의고사
7시50분~8시10분 청소
8시10분~13시 수업
13~14시 점심급식
14~16시 수업
16~17시30분 자율학습
17시30분~18시40분 저녁급식
18시40분~20시10분 야간 자율학습1(복습)
20시20분~21시50분 야간 자율학습2(수능공부)
22~23시10분 하교
23시10분~23시40분 취침준비
23시40분~익일 2시30분 내신·수능 공부, 숙제, 동아리 활동 보고서 작성 등

주말(일요일은 12시~14시 수학학원)
7시 기상
7~8시 씻고, 아침식사 (밥이나 씨리얼)
8~9시 수학 공부
9~13시 공부(사회 암기, 수학 익힘책 풀기, 영단어 암기, 모의고사 풀기 등)
13~14시 점심식사
14~18시30분 공부
18시30분~19시 저녁식사
19~23시 공부
23~23시40분 취침준비
23시40분~익일 2시 내신·수능 공부, 숙제, 동아리 활동 보고서 작성 등

임양 공부법의 핵심은 ‘시간 활용’이다. 평소 집중력 기르기에 신경쓰고, 계획을 꼼꼼히 세우는 것 모두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해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이유가 있다. 다른 학생은 1시간이면 끝내는 내용을 그는 늘 3시간 넘게 공부한다. 교과서 옆에 달린 주석까지 다 외워야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무식하게 무조건 달달 외우는 건 아니고, 철저하게 선(先)이해 후(後)암기 원칙을 따른다. 암기과목뿐 아니라 영어도 마찬가지다.

중학교 때 영어 지문부터 암기했다 낭패를 본적이 있어서다. 다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잊어버렸고, 결국 지문의 단락 구조와 문장 성분, 문법 요소 등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없다면 외워봐야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교내 학생회·동아리, 서초구 청소년참여위원회 활동 등에 쏟는 시간이 많은 것도 시간 활용의 중요성에 집착하는 이유다. 그는 “여러 활동으로 시간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짧은 시간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루 5시간 정도 여유가 있으면 마음이 느슨해지기 쉽지만, 딱 한 시간밖에 없으면 공부 외에 딴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얘기다.

공부가 시간 싸움이 아니라 집중력 싸움이라는 건 대부분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행은 다르다. 임양은 집중력을 기르기 위해 청심국제중에서 세화여중으로 전학한 2학년 이후부터 스톱워치를 이용했다. 책상 에 앉는 순간 스톱워치를 켜고, ‘저녁에 뭐 먹을까’처럼 딴 생각을 할 때마다 스톱워치를 멈춰 오롯이 집중한 시간을 측정했다. 처음에는 8시간을 앉아 있으면 3시간밖에 집중을 못했지만, 점차 4시간, 5시간으로 늘었다. 매일 기록하다 보니 ‘내일은 7시간을 채워보자’는 식으로 목표가 생겼고, 결국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다. 이제는 10시간을 앉아 있으면 9시간 30분 넘게 집중한다. 임양은 “책 펴고 앉아 있는 걸 공부하는 걸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방법을 이용하면 실제 집중하는 시간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현진양 방에 있는 3개의 책상. 맨 왼쪽이 교재를 두는 식탁, 그리고 오른쪽 벽면에 보이는 게 일반 책상과 독서실 책상이다. 임양이 앉아 있는 독서실 책상은 집중력이 필요한 과목을 공부할 때 주로 이용한다.


계획은 꼼꼼하게 세운다. 임양은 매달 A4 용지 앞면과 뒷면에 칸을 나눠 한 달 계획을 세운다. 핵심은 정확한 예측과 분석이다. 공부하는 데 필요한 총 시간을 어림잡아 계산한 뒤 일(日)단위로 분배한다. 수학 A교재 한 단원을 푸는데 3시간이 걸렸다면 한 권 풀 때 30시간이 필요하다고 예상하고, 하루에 한 시간씩이나 주3회 2~3시간씩 계획표에 포함시켜 한 달에 한 권을 마무리하는 식이다. 일정을 너무 촘촘히 짜지는 않는다. 실제로 30시간이 걸리면 40시간 걸리는 걸로 예상한다든지,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스케줄을 비워 그 주에 다 못 끝낸 내용을 마무리하면서 계획을 지켜 나간다.

많은 전교 1등이 그러하듯 임양 역시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 스스로 “세계 최고로 열심히 듣는다”고 자부할 정도다. 이런 습관은 중학교 때부터 이어졌다. 많은 학생이 다 자는 지루한 수업까지 국·영·수 배우듯이 열심히 들었다. 수업 내용은 허투루 할 게 단 하나도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생각을 확신하게 된 일이 있었다. 보건에서 담배 성분에 대해 배운 적이 있는데, 이 내용이 과학시험에 나온 거다. 정작 과학 공부할 때 놓치고 간 부분을 보건 수업에 집중한 덕에 맞힐 수 있었다.

임양 역시 모든 수업이 다 재밌지는 않다. 리고, 재미없고, 지루한 것도 많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까. 임양은 자기 최면을 걸어 선생님의 장점을 발견한다. ‘A선생님은 목소리가 좋으니까 수업시간에 집중해야 하고, B선생님은 코가 잘생겼으니까 수업 시간에 눈을 수 없다’는 식으로 마인드 컨트롤 하는 거다. 선생님을 좋아하면 수업에 집중하게 되 고, 교사는 수업 열심히 듣는 학생을 예뻐할 밖에 없다. 교사가 신경을 써주니 수업에 더 집중하게 되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거다. 그러다 보면 결국 모든 수업이 재밌어진다고 한다.

수업태도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 적용하는 마인드 컨트롤은 그를 최상위권 학생으로 만든 주요한 힘이다. 중3 겨울방학 때 ‘전교 1등이 되자’고 마음 먹으니 하루도 낭비할 수 없었다. 새벽엔 중국어 학원을 다녔다. 겨울방학 두 달 동안 매일 아침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마을버스 첫차를 타고 강남역에 있는 중국어 학원에 갔다.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침 먹고 인근 도서관에서 밤 11시까지 공부했다. 별보며 집을 나섰다가 별보며 집에 돌아온 셈이다. 새벽이라 걱정이 돼 엄마가 몇 번이나 “데려다 주겠다”고 했지만 임양은 거절했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
에 엄마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아침 기상부터 혼자 알람을 맞춰 해결했다. 일어나기 싫을 때마다 ‘오늘 가면 중국어 실력이 완전 향상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조씨는 “하나부터 열까지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는 애들이 많은데 현진이는 스스로하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고 말했다.

임양의 이런 성향 덕분에 조씨는 큰 어려움 없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학원 선택에도 조씨가 관여한 적은 거의 없다. 학원에 다니겠다고 결정하는 것도, 어떤 학원을 다닐지도 전적으로 임양 몫이다. 친구를 통해 좋은 학원 정보를 알아와 “A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하면 보내는 식이다. “학원을 다니는 돈에 걸맞게 성과를 내야 한다. 열심히 하지 않을 바에는 아예 다니지 말라”고 조언한 게 전부다. 학원에서 뭔가 결정하거나 조율할 때도 임양이 알아서 했다. 중학교 때 이런 일도 있었다. 국어학원을 다녔는데 자신의 속한 반 수업이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 원장을 직접 찾아가 “최상위반에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중3이 자기요구사항을 똑 부러지게 요구하는 모습에 학원 측에서 원하는대로 하게 해줬다. 이런 사실도 엄마는 나중에야 알았다.
반려견이나 인형에게 소리 내 강의하며 배운 걸 다지는 임현진양


임양 책상은 이런 꼼꼼한 성향을 잘 보보여준다. 그의 방에는 책상 3개가 있다. 책꽂이가 달려 있는 기본 책상과 독서실 책상, 그리고 벽에 붙여놓은 4인용 식탁이다. 각각 용도가 다르다. 독서실 책상은 수학 심화문제나 사회 암기과목처럼 정신을 집중해서 공부할 때, 기본 책상은 교과서와 공책 등을 펼쳐놓고 정리할 때나 졸릴 때 이용한다. 식탁은 그날 공부할 교재를 꺼내 두는 곳이다. 공부 시작 전 책상을 깨끗이 청소하고, 식탁에 그날 할 교재를 다 꺼내놓는다. 방에 있는 커다란 화이트보드엔 평소 동아리 모임 스케줄 등을 적어두지만, 시험 기간에는 칠판으로 변한다. 인형과 반려견 대박이에게 가르치듯 공부하며 최종 정리를 하기 때문이다. 임양은 “눈으로 보고 이해하고, 손으로 쓰면서 암기했다고 내 머릿속에 완전히 저장되는 건 아니다”며 “이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 말로 설명하 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관련 뉴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목록

게시물 검색
Total 285건 12 페이지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목록
   뉴스 제목
교육 나폴레옹, 위대한 지도자인가 독재자인가
[신문활용교육(NIE)] 현대 정치에선 국가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이 중심이 된 국가, 즉 ‘국민 국가’가 형성된 것은 불과 300여 년밖에 안된다. 국민 국가의 탄생을 촉발한 사건은 영국 혁명과 미국 독립전쟁, 그리고 프랑스 혁명이다.
07-27
교육 [진로 전문가가 본 이 직업] 국내외 인력 부족
자기 관리 잘하면 65세 이상 근항공기 조종사는 전망이 밝은 직업이다. 조종사가 워낙 특수 전문 인력이라 양성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걸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 국내에만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2곳, 에어부산·진에어·제주항공·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등
07-27
교육 [진로 찾아가기] 항공기 조종사
하늘 나는 자유인? 매년 테스트 받아 자기 관리 필수“어릴 때부터 창공을 가르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게 꿈이었다.” 항공기 조종사에게 이 직업을 택한 계기를 물으면하나같이 이렇게 답한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품어온 낭만적인 꿈을 직업으로 삼았다는 얘기다. 꿈을 이룬
07-27
교육 전교 1등의 방은 어떻게 생겼나...
나를 믿었다 그리고 노력했다 … 어느새 전교 1등서울 한영외고 2학년 임현진양스톱위치 이요해 집중한 시간 체크…이젠 딴생각 거의 안해"세계 최고로 수업 열심히 든든 학생"공부방엔 책상 3개…용도별로 옮겨 앉으며 공부“나 고등학교 가면 계속 전교 1등 할거야.” 임현진(
07-27
교육 SAT 무료 테스트 및 공개강의
CLC 코퀴틀람 러닝센터가 SAT 무료 테스트 및 특강을 실시한다.오는 28일(월)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이번 특강은 SAT 전문강사로 유명한 저스틴 허가 직접 맡아 진행한다.이번 특강에서는 SAT 무료 테스트 및 리딩, 라이팅, 문법, 어휘 등 네 분야의 핵심 내
07-23
교육 21세기 인재, 다양한 교내외 활동에서 나온다
 김영화 대표21세기 인재 전략 ① 창의·인성·소통미래 인재 핵심 가치는 '창의·인성·소통'역할 수행을 통해 자신의 강점 깨닫고 키우게 돼21세기 한국의 경쟁력은 무엇에서 찾을 수 있을까. 역시 ‘사람’ 아닐까. 그런데 ‘사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만
07-19
교육 [진로 찾아가기] 스포츠 에이전트
한 산업이 발전하려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문역량이 얼마나 있는지가 중요하다. SM이나 YG 등 연예기획사를 보면 이를 잘 알 수있다. 이들은 인재를 발굴하고 집중적으로 훈련시켜 걸출한 스타를 배출함으로써 연예산업 발전을 돕고 고부가가치를 만들었다. 전문역량을
07-19
교육 취업준비생 토익 평균 646점…토익 스피킹은 5급
올 상반기 토익(TOEIC)에 응시한 취업준비생들의 평균점수는 646점으로 나타났고 토익 스피킹(TOEIC Speaking)에 응시한 취업준비생들의 평균점수는 127점으로 평균레벨은 5등급이었다.YBM 한국TOEIC위원회(www.toeic.co.kr)는 지난 1월부터
07-18
교육 미국 대학 장학금 가이드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장학금(Merit-Based Scholarship)과 재정지원(Financial Aid)을 구분해 학생들에게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재정지원 신청 여부가 대입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비용 부담 걱정에 미국 유학을 지레 포기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07-18
교육 재외동포 특별전형 경쟁률 ‘상승세’
올해 서울 12개 대학평균 경쟁률 8.1 대 1모국에 소재한 대학에 한인동포 자녀들의 지원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진행된 서울지역 주요대학의 재외동포 특별전형 지원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마감한 서울지역 12개 대학에 접수한 지원자는 6천12
07-17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