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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국가 예산에 빨대 꽂은 건 무식용감형 범죄"…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 법정 증언 뒷이야기

한국중앙일보 기자 입력17-04-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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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예산에 빨대를 꽂은 건 무식해서 할 수 있는 용감한 일이죠.”
 
지난 11일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뇌물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시간 가량 증언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을 재판이 끝난 뒤 서울 서초동 법원 인근 까페에서 만났다. 노 전 국장은 국정조사 청문회와 특검팀에 출석했지만 법정 증언대에 선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장시간 진술로 다소 지친 기색이었다. 법정을 나온 노 전 국장은 담배 한 대를 먼저 피우며 “공직자였기에 나라가 이렇게 돌아갔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을 때가 아직도 있다”고 말했다.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을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 카페에서 만났다. 송승환 기자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을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 카페에서 만났다. 송승환 기자

  
이날 증인신문 말미엔 최씨가 직접 딸 정유라씨와 관련된 질문을 노 전 국장에게 퍼부었다. 그는 “자식 가진 부모 마음 왜 모르겠나요. 정씨를 깎아내리려던 게 아니라 국정농단의 과정을 설명하다보니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노 전 국장이 “2014년 전국체전 대회 장소가 제주에서 인천으로 바뀌어 최씨의 딸 정유연(유라) 선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고 증언하자 최씨는 “우리 유연이는 5살 때부터 말을 탔고 제 힘으로 국가대표 선발된 것”이라고 따졌다. 노 전 국장은 “최씨 변호인의 반대신문을 받다가 지난 일이 생각나 울컥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흥분하면 지는 거라고 생각해 차분하게 말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공직에서 나와 그해 6월부터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근황을 묻자 “일 하느라 바빠 죽겠다. 재단에 와보니 매년 적자가 나고 있더라. 부도 나지 않게 부지런히 움직여서 간신히 지난해는 본전을 했다”고 앓는 소리를 했다. 하지만 얼굴엔 미소가 돌아왔다. 지난 1월 특검팀 조사 직후 본지 인터뷰 도중 굵은 눈물을 흘릴 때와는 달랐다. 스포츠안전재단은 체육 단체나 행사에 보험 상품인 스포츠안전공제서비스를 판매한다. 그 가입자가 내는 회비가 재단의 주된 수입이다. 노 전 국장이 사무총장으로 온 뒤 가입자수가 급증했다고 한다. 노 전 국장은 “체육국장에서 내쫓긴 ‘나쁜 사람’이 보험 팔러 왔다고 하니 체육인들이 관심을 가져줬다”고 말했다.
 
2013년 문체부에서 승마협회를 조사한 내용의 보고서를 쓰며 그는 박종길 전 문체부 2차관을 찾아가 상의를 했다고 한다. 정유라 선수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윤회씨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직후였다. 당시 박 전 차관은 “스포츠는 정정당당해야 한다. 누굴 봐줘선 안 된다. 있는 그대로 보고하자”고 했다고 한다. 노 전 국장은 “박 전 대통령이 성심여고를 다니던 때 수행원이 박 전 차관이다. 박 전 대통령을 잘 아는 분이 믿고 따라오라 해서 소신껏 했는데 우리도 이렇게 될 줄 알았나”며 허허 웃었다.

그에게 문체부에서 준비했던 ‘종합형 스포츠클럽’ 사업을 물어보자 그는 자세를 고쳐 앉더니 수첩을 꺼내 일일이 구조를 짚어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종합형 스포츠클럽은 문체부가 2013년부터 체육인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 특성에 맞는 스포츠 교육 등을 목표로 추진한 사업이다. 노 전 국장은 “설계를 대부분 해두고 그해 10월 문체부를 떠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겼는데 나중에 보니 K스포츠클럽으로 바뀌어 있더라. 알고보니 김종 전 문체부 1차관이 이권 취득을 위한 일종의 프랜차이즈 사업 형태로 고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저항한 체육국 직원은 다른 국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고 한다. 노 전 국장은 “국정감사나 감사원 감사에서 언젠간 걸릴 수밖에 없는 굉장히 허술한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명예를 회복할 때까지 힘들었던 시간에 대해 그는 “이제 도인이 다 됐다. 누가 뭐라고 해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뒤 주변에서 "그때 문제 제기를 했으면 미리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노 전 국장은 “‘그때 했으면 조사 제대로 할 수 있었겠냐’고 되묻자 그저 웃더라.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요”라고 말을 맺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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