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예정원] 멸치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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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애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5-31 09:22 조회1,52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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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애나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풍년호가 헤드라이트로 바닷속을 비춘다. 까만 멸치 떼들이 부풀린 풍선 같다. 그들은 무지갯빛으로 원으로 둘러싸여 보호막을 친다. 고래가 아가리를 벌리고 흡입하고 있다. 플랑크톤을 찾아 들어온 멸치 떼, 몸부림에 비늘을 반짝이며 고래 이빨 사이로 튀어나온다. 생이 흐느적댄다.
풍년호가 끌어들인 멸치의 지느러미는 겨울 눈꽃처럼 하얀 꽃잎으로 널려 있다. 푸른 혀로 서로서로 상처를 핥아준 것 같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바다에 놓고 왔을 때처럼 멸치도 하얀 절망감으로 생을 마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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