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 강등 위기 겪은 FC서울, ‘소년가장 축구’로 2연승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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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작성일19-03-20 02:00 조회49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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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승 후보가 아니다. 부잣집 도련님이었다가 지금은 소년가장이 된 기분이다.”
최근 프로축구 K리그1(1부) FC서울 최용수(46) 감독은 팀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매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탄탄한 팀 구성원으로 우승 후보로 꼽혀왔던 서울이었는데, 올해는 이렇다 할 선수 영입 없이 팀 전력의 무게감이 떨어진 상황을 ‘소년가장’에 빗댔다.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11위에 그쳐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몰린 서울의 리그 잔류를 이끌었던 최 감독은 “우린 올해 도전자다. 그만큼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된다. 선수들이 한계를 뛰어 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용수 감독의 자조 섞인 자평에 자극받은 걸까. 서울은 10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성남FC를 1-0으로 꺾었다. 3일 포항 스틸러스와 개막전에서 2-0 완승을 거둔데 이어, 개막 후 2연승이다.
경기 내내 굳은 표정의 최 감독을 미소 짓게 한 건 서울 주장 고요한(31)이다. 그는 전반 추가 시간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박동진의 패스를 받아 넘어지면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서울에서만 16시즌째 뛰는 고요한은 국내에서 흔치 않은 ‘원클럽맨’이다. 고요한은 지난해 말 서울의 강등 위기 때 주장 완장을 차고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골을 터뜨렸다. 그런 고요한에게 최 감독은 아예 올 시즌에는 처음부터 주장을 맡겼다. 서울의 팀 컬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고요한을 통해 팀 분위기도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고요한은 최 감독의 자조 섞인 반응을 가장 안타까워했던 사람이다. 2004년 토월중학교를 중퇴하고 서울에 입단한 고요한은, 최 감독을 현역 시절부터 지켜봤다. 고요한은 “감독님이 지난해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 얼굴이 확 폈더라. 그런데 우리 팀을 다시 맡자 표정이 안 좋아졌다”며 “감독님 얼굴을 다시 활짝 펴주고 싶다. 주장으로서 내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지난해 아픔을 올해는 절대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부리그에 머물다가 세 시즌 만에 K리그1에 복귀한 성남은 올 시즌 홈 첫 경기에서 서울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탄천종합운동장의 개보수 공사로 10년 만에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홈 경기에 1만1238명의 관중이 몰렸다. 경기는 팽팽하게 이어졌지만 결국 원정팀 서울 고요한이 승부를 결정했다. 고요한은 지난해에도 서울에서 가장 많은 8골을 터뜨리는 공격의 기둥 역할을 했다. 새 시즌에도 그런 역할은 계속 이어갔고, 결정적인 한 방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해 1차 저지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베테랑 공격수 박주영(34)과 틈틈이 이야기를 나누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개막 2연승이지만 최용수 감독은 여전히 신중하다. 그는 “팀이 더 끈끈해졌다. 승리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면서도 “출발을 잘해도 무너지는 팀이 있다. 아직 부족하다. 경기를 일관성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K리그1은 개막 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에도 경기당 평균 1만명 이상(총 6만6980명·1만1238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9일 새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에서 개장 홈 경기를 한 대구FC는 제주 유나이티드에 2-0으로 완승을 해 경기장을 가득 채운 1만2172명의 홈 팬을 흥분시켰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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