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19세도 100세도 … 축제가 된 사전투표
한국중앙일보 기자
입력17-05-04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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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이날 서울 곳곳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서울역·인천국제공항의 사전투표소는 여행·출장을 앞두고 ‘한 표’를 행사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전국 4247만9710명의 유권자 중 497만902명(11.7%)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지난해 20대 총선 당시 첫날 사전투표율은 5.45%, 최종 사전투표율은 12.19%였다.
오전 10시쯤 투표를 마친 대학생 서동원(25)씨는 “대한민국의 당당한 구성원임을 인증하고 싶었다”며 손등에 투표도장을 찍어 SNS에 올렸다. 서울 노량진2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끝낸 조경하(53)·박원태(53)씨 부부도 투표소 앞에서 손을 잡고 인증샷을 찍었다. 조씨는 “집에 투표권 있는 자식이 세 명인데 ‘우리도 이렇게 투표했다’고 자식들에게 찍어 보냈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선거활동과 관련된 사진을 사이트에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최대 500만원의 상금을 주는 ‘국민투표 로또’ 이벤트도 벌어졌다. 5만 명이 넘는 시민이 여기에 참여했다. ‘전국 대학생 투표 대항전’ 사이트도 개설됐다. 이곳에서 대학 투표율 경쟁이 이뤄졌다. 페이스북 로그인을 통해 성명을 확인하고, 대학명과 인증샷을 함께 올리면 소속 대학 투표율로 집계된다.
◆“이번엔 반드시 투표”의 절실함=‘마음 편히 놀러 가려고’ ‘고향에 못 가서’ ‘혹시 대선 당일 일이 생길까봐’…. 사전투표를 하러 나온 사람들의 사정은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이번엔 꼭 투표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다. 거주지에 구애받지 않고 간편하게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점도 투표율을 높였다.
이날 오전 서울 청파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한 대학원생 이지은(25)씨는 “등록거주지가 지방으로 돼 있어 내려갈 시간이 없어 오늘 투표했다. 지난해 국정 농단 사태를 보며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투표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주위 친구들에게도 투표를 독려했다는 이씨는 "친구들에게 ‘투표 안 하면 너랑 연을 끊겠다’고 선언했다”고 덧붙였다.
투표 시민 “후보들에 국민 관심 보여주고 싶었다”
투표소에는 중장년은 물론 고령의 시민도 많았다. 서울역 푸드코트에서 일하는 김모(64)씨는 머리에 두건을 쓰고 앞치마 복장을 한 채 투표소로 향했다. 같은 장소에서 투표를 마친 조일현(55)씨는 “단순히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을 넘어 ‘국민들이 이렇게 투표에 관심이 많다’는 걸 후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 중구의 울산우체국에서는 이채우(100) 할머니가 투표를 한 후 같이 온 사위 윤정한씨와 함께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후보들, 투표열기 서로 "내게 유리”=각 대선후보 진영은 높은 사전투표 열기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 윤관석 공보단장은 “사전투표율이 지난 총선의 두 배인데 문 후보의 지지도가 높은 2030세대가 주도했다고 본다. 촛불민심을 대변하는 문 후보에게 지지를 몰아주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측 박대출 공보단장은 “좌파에 정권을 넘길 수 없다는 보수층의 위기의식이 사전투표로 나타난 결과”라며 “특히 홍 후보가 페이스북 공간에서 크게 어필하고 있는 상황이 득표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사전투표율이 높은 호남에서 체감지지율은 문 후보보다 우리가 더 높다”며 “여론조사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안 후보에 대한 표심이 사전투표로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전투표 첫날 전남(16.8%), 광주(15.7%), 전북(15.1%) 등 세종시(15.9%)를 제외하면 호남 지역이 투표율 1~3위를 기록했다. 반면 대구는 9.7%로 가장 낮았다.
박유미·홍상지·김나한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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